미카엘 프레데의 해석 제안에 따르자면 『소피스트』에서 einai는 자체적 용법과 관계적 용법의 두 가지 사용 방식을 지닌다. 전자는 본질이나 정의의 차원에서 형상에 대해 서술하는 반면, 후자는 서술 대상이 참여를 통해 지니는 내용들을 서술한다. 이로부터 형상은 자기술어화를 통한 자체적 자기서술과 자기참여를 통해 관계적 자기서술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서술될 수 있으며, 이 두 경우 모두는 다시 동일성 서술과 구분된다. A가 A와 동일하다는 것은 A가 A 이외의 B 또는 C와 동일하다고 서술될 때와 마찬가지로, A가 지니는 어떤 무엇과의 '동일성'에 초점이 맞추어 서술되는 것이다. 반면 자기술어화 서술이든 자기참여 서술이든 이는 서술 대상이 무엇인지, 무엇으로 있는지, 어떻게 존재하는지 등으로 표현될 수 있는 to on, being의 측면을 서술하는 것이다. A가 A이거나 A하다는 것은 A가 A와 같다는 것과는 다른 측면에 초점을 맞춘 서술이다. 따라서 이 세 경우 각각의 부정 역시 비본질적이라는 것, 참여를 통한 속성 획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비동일성(다름)을 속성으로 지닌다는 것으로 그 의미가 구분된다. 일상적인 단순부정서술은 두 번째 부정서술에 해당하며, 다른 한편 비동일성을 속성으로 지니는 경우도 다시금 그러한 것으로서 자체적으로 있는지 아니면 관계적으로 있는지에 따라 두 차원에서 서술이 구분될 수 있다. 동일성부정(비동일성) 서술과 단순부정 서술의 구분이 필요하며, 이를 주장하는 미카엘 프레데의 해석이 프레게-러셀 이후 영미 전통에 따른 be 동사 의미구분에 근거한 전통적인 『소피스트』 해석과 이러한 의미구분을 극복해내지만 미카엘 프레데가 요청하고 제안하는 두 가지 부정 사이의 구분에는 이르지 못하는 레슬리 브라운의 해석 둘 모두에 비해 『소피스트』에 대한 더욱 정당하고 일관된 해석이라 본다. 

 

다른 한편 『티마이오스』에서는 영혼의 제작 과정을 묘사하면서 우주 제작자가 있는 것, 같은 것, 다른 것이라는 세 가지 것들을 자체적으로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영역과 변화생멸하는 영역의 양편에서 그 중간의 것으로서 취해 영혼의 재료로 삼는 듯한 묘사를 한다. 그러나 이 양쪽 영역 각각이 도대체 무엇이고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리 많은 설명이 주어지지 않는다. 또한 저 세 가지 것들 각각이 어떻게 위의 상이한 두 영역 각각에서 성립하는지, 그리고 그 중간적인 제 3의 것이 어떻게 성립되고 또 그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등도 충분한 설명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앞서 소개한 einai(to be)의 두 용법을 고려하고, 또한 모든 각각의 것은 예외없이 전부 to on(the being)에 참여해야만 한다는 『소피스트』의 입장을 전제할 경우, 『티마이오스』에서 축약적으로 소개된 영혼 제작의 과정에서 제기되는 의문들에 답할 하나의 가능한 방법이 마련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것 그리고 다른 것 각각의 그 자체가 아닌 그것들의 있음(ousia)을 양편에서 취한다는 『티마이오스』에서의 언급은, 있는 것과 달리 다른 것은 언제나 다른 것에 대해서(다른 것과의 관계 속에서) 진술된다는 언급과 그러한 것들이 to on에 대한 참여를 통해 to on 자체와 마찬가지로 두 가지 용법으로 서술되기 시작한다는 미카엘 프레데의 해석을 적용할 경우 그 서술 방식의 불가피함을 설명할 길이 열리는 듯도 하다.

 

좀 더 세부사항을 따져볼 게 많지만, 일단 이런 식으로 접근해 들어갈 수 있지는 않을까 정도의 생각.

 

-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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