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리스토텔레스가 대통령에게 부동산 문제로 편지를 보내고, 어떤 가수는 소크라테스를 형이라고 부르는가 보던데, 그냥 다 역겹고 구역질이 날 따름이다. 나야 뭐 잘난 것도 없는 쓰레기 찌끄레기라서 할 말도 없다만, 아리스토텔레스도 소크라테스도 진지한 학술연구의 대상이고 꽤 많은 사람이 그런 일에 목숨을 바쳐왔던 건 분명할 텐데, 저 치들은 자신들의 무지에 부끄러움도 없고 다른 이들의 고민과 노력에 대한 존중도 없는 것 아닌가. 내가 조심스럽게 애써 살펴 나아가고 있는 이 길고 긴 길에, 이 길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새끼들이 똥오줌을 갈겨댄 기분인데, 그래도 난 아무것도 아닌 씨발나부랭이니까, 입 닥치고 내 할 일이나 해야지. 내가 존경해 마지않는 스승과 선후배와 여러 동료들을, 저 씨발것들이 조롱한 것 같아 분하고, 진심으로 토가 쏠리지만, 나 따위가 뭐라든 아무도 신경쓰지 않겠지. 좆같네.


2. 30%. 대갈머리에서 뜬구름 잡는 개소리 중에 딱 30%만, 알지도 못하고 지껄이려고 드는 그 시시껄렁한 넋두리에서 다 덜어내고 30%만, 그러니까 정리할 수 있고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거기서 멈춰야 하는데 감이 없다. 문헌을 읽다 보면 의문이 생기고, 그 의문에 따라 내 나름대로 이런저런 해법을 모색해 보게 되고, 그런데 여기에서 30%가 문제의식만 남겨 놓으면 되는 건지, 문제도 해법 제안도 다 합쳐서 그 중 30%를 남겨놓아야 하는 건지, 내가 어느 순간에 책임지지 못하는 그 선을 넘어서서 지껄이게 되는 건지, 가닥이 잡히질 않는다. 뭐지. 이 지랄을 몇 년을 해대며 굴렀는데 아직도 지 깜냥하나 가늠을 못해서 이 따위로 구는지. 


3. 얼마 안 있으면 대학원 동료들 몇이 졸업논문 발표를 할 것이다. 몇몇은 한 학기 미뤘고, 또 몇은 남아서 마무리 작업 중이겠지. 미룬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미루고 또 미뤄 만신창이가 된 너절한 글로 허겁지겁 만기 꽉 채워 졸업하던 몇 년 전이 떠올라서, 그것보단 똑똑하고 깔끔하게 서둘러 마무리들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긴 하다만, 말 그대로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그 막막함이라든지 막연한 불안감,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 싶은 당황스러움도 다시 떠오르고, 저 사람들도 똑같진 않더라도 그 엇비슷한 어떤 고민으로 저마다 복잡하겠거니 싶기도 하다. 글쎄, 버티면 어떻게든 버텨지고, 또 이 길만이 유일한 길인 것도 아니라는, 그저 그런 뻔한 이야기 말고는 할 말이 없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마무리 중인 사람들은 어찌됐든 이 시점까지 지도교수의 퇴장 명령이 내려오지 않았다면 결국 심사와 통과까지도 나아가지 않겠나 짐작해 본다. 다만 원하는 모든 얘기를 풀어놓지 못했다는 자괴감도, 결국엔 해냈으며 문제도 해법도 오직 자신만의 것이라는 자만도, 가능하면 둘 다 멀리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것도 알아서들 잘 하겠지. 동료들도, 나도, 이 자격시험 면허취득과정을 어서 빠져나와, 다시 읽고 토론하고 쓰고 싶다. 물론 지금도 그러고 있고, 계속 그래야 하겠지만, 뒷꽁지나 발등에 불똥을 얹고 사는 꼴을 벗어나서, 좀 딴 생각 않고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종종 하긴 하니까. 아마 여기까지 버틴 사람들이 나중에도 또 버텨서, 결국 스승들과 선배들이 그러고 있는 모습 엇비슷하게 또 만나 그 비슷한 윤독이니 학술대회니 뭐 그런 것들을 하며 만나게 되지 않겠나. 그래서 지나온 사람도 지나고 있는 사람도 잠깐 쉬어 가기로 한 사람도, 다들 너무 지치지 않고 잘 버티길 바랄 따름이다. 나 자신을 포함해서.


-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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