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는 부정어와 결합된 명사로서 비규정 명사, 부정어와 결합된 동사로서 비규정 동사, 그리고 문장 단위에서 긍정문에 대립되는 부정문을 각각 이야기한다. 주어를 보편적으로 서술하는 문장과 보편적이지 않게 서술하는 문장을 구분하며, 후자의 경우 오늘날의 표현을 빌어 말하자면 보편양화가 부정되는 문장과 양화표현이 등장하지 않는 문장이 해당된다. 더 나아가 아리스토텔레스는 가능성에 대한 부정과 필연성에 대한 부정을 논하고 있는데, 이러한 양상의미가 동사에 의해 표현되는지 혹은 앞서 양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문장 내에서 일종의 부사처럼, 혹은 동사를 보조하는 조동사에 의해 따로 구분되어 표현되는지 불분명하다. 이 모든 경우의 부정이 전부 서로 구분된다고 하면 부정어가 결합하는 방식은 최대 다섯 가지이다. 반면 비규정 명사나 비규정 동사에 의해 부정문이 구성될 경우, 양화표현이 명사를 수식하는 형용사적 방식으로만 이해될 경우, 그리고 양상표현이 본동사를 기준으로 부수적인 의미만을 부여하는 일종의 의존적인 표현으로만 이해될 경우 부정의 방식은 최소 두 가지까지 줄어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다른 모든 동사표현은 모두 be 동사 문장으로 환원 가능하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을 강하게 해석할 경우, 그리고 be 동사가 그 자체 독립적인 의미를 지니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면, 극단적으로는 부정어의 결합 방식은 비규정 명사 하나만이라고까지 볼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더하여 주어와 술어를 통해 결합과 분리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문장이 성립한다는 것으로 그의 문장에 대한 생각을 해석하는 일이 가능하다면, 이 결합과 분리를 문장의 긍정과 부정에 관련하여 이해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에 관련하여, 플라톤의 『소피스트』에서 부정어에 관련한 여러 논의들을 참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부정어와 be 동사의 결합, 다른 동사 또는 명사나 형용사와 부정어의 결합, 주어와 술어가 결합한 진술이나 문장과 부정어의 결합, 원본과 모상의 관계에서 모상에게 부여되는 원본과 부정어의 결합, 다시 원본과 모상과 가상의 관계에서 가상에 부여되는 부정-원본(원본 아님) 결합과 부정-모상(닮지 않음) 결합 등은 종합적으로 일관되게 이해될 때 거짓에 대한 일반적 정의를 가능케 하는 조건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아리스토텔레스가 『명제론』에서 직접 거짓 불가능의 역설이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거짓에 대한 이론적 설명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문장의 구성요소와 결합구조, 각 요소와 부정의 관계, 부정문과 긍정문, 그리고 진리치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논의의 영역은 상당부분 중첩되고 있다. 특히 문장이 주어(혹은 명사, 이름, onoma)와 술어(혹은 동사, rhēma)의 결합물이라는 것, 그리고 부정어가 무엇과 어떻게 결합하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파악된다는 입장 등은 플라톤에게서 아리스토텔레스에게로 연속적으로 계승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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