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x의 본질이 F이라는 말은 x가 필연적으로 F라는 뜻이고 이는 다시 x이면서 F이지 않은 가능세계는 없다는 식으로 설명된다면, 본질과 양상과 가능세계론이 대강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 자체로 본질에 따라 서술되는 경우를 대다수의 경우에 참인 서술이나 그 외의 경우들로부터 구분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를 테면 명제론 같은 것을 고려하면,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일종의 사고실험으로서 가능한 세계들과 같은 어떤 것을 생각하지 않았으리라는 문헌 상의 정황을 생각하면, 다시 본질과 양상에 관련하여 가능세계의미론과 아리스토텔레스 사이의 관련성 혹은 대척점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그리고 다시, 어떤 것의 본질에 대한 서술과 관련하여 플라톤의 형상이론과 이에 대한 비판으로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제3인간 논변을 떠올릴 수 있겠고, 제3인간 논변을 포함 형상이론에 대한 다양한 비판이 개진되는 『파르메니데스』 편을 통해 플라톤 자신의 고유한 본질서술에 대한 이해를 추정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해당 대화편에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이론이 전개되지 않았다는 해석을 전제한다면, 이 필요하지만 찾을 수 없는 답변에 해당하는 다른 대화편으로서 『테아이테토스』 편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테아이테토스』 중심부 세 부분을 관통하는 주제를 앎과 의견(또는 믿음)의 구분 및 이를 위해 요청되는 거짓의 가능성 확보라 생각한다면, 앎의 필연적으로 참이라는 속성과 의견의 거짓일 수 있음 혹은 개연적 또는 우연적으로 참이라는 속성 사이의 구분이 『파르메니데스』 에서 제기된 비판을 극복하고 형상이론을 수복하는 데에 필요한 작업이라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거짓의 가능성은 『소피스트』 편에서 적극적으로 논증된다. 거짓이 무엇이며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입장을 기준으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대비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현대 영미 철학 내에서 아리스토텔레스주의를 아리스토텔레스 그 자신과 연결지어 정리할 경우, 이 전체에 대비되는 플라톤의 진리론 혹은 양상론을 재구성해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더해 형상의 자기술어화와 본질서술 그리고 거짓의 가능성 사이의 관계를 검토하면 좋겠지.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찌 될지 나야 모르지.

2. 화요일 『테아이테토스』 강독, 이어서 형이상학(가능세계의미론과 이에 대한 비판적 흐름), 수요일 오전에 물리학의 철학, 끝나고 대전에서(...) 『파르메니데스』 강독, 금요일에 『테아이테토스』 수업. 지난 학기에 논문 쓴답시고 못 들어간 『파르메니데스』 수업도 그렇고, 내년에 있을 국제 플라톤 학회 주제가 『파르메니데스』 편인 것도 그렇고, 이번에 지도교수님께서 『테아이테토스』 강의 열어주신 것도 그렇고, 이래저래 판이 깔리는 느낌인데 차려진 밥상을 앞에 두고 내가 챙겨먹어야 할 것을 챙겨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전히 변함없이 무너진 토굴에서 숨구멍을 찾는 느낌이다. 나아갈 길, 처럼 거창한 게 아니라 목숨부지하려면 반드시 찾아야 할 쥐구멍을 찾는 중이다. 주저앉아 흘려보낸 시간이 너무 많다. 이젠 정말 바지런을 떨 때다.

-蟲-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