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테아이테토스』에서는 지각, 참인 믿음, 설명을 가진 참인 믿음이 앎의 후보로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거짓과 모상은 불가능한 것으로 귀결되며, 이에 따라 앎을 앎이 아닌 것들로부터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설명이 결여된 부분은 모상과 믿음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들이 앎과 어떻게 구분되고 또 어떻게 결부될 수 있는지 등이다. 『소피스트』에서는 파르메니데스의 학설과 더불어 『테아이테토스』에서 거론되는 만물유전이라는 형이상학에 기초하는 지각인식론, 그리고 이러한 인식론의 반대짝인, 말하자면 형상인식론과 같은 입장을 근거로 하여 거짓 불가능성 논변이 재구성된다. 『국가』에서 대상과 인지상태의 구분에 따라 앎은 to on과, 무지는 to mē on과 결부되고 앎과 무지 사이의 믿음(의견, 판단)은 to on과 to mē on 사이의 무언가와 결부된다. 다시 『소피스트』에서 믿음은 말(logos)이나 이 말이 영혼 안에서 이루어지는 생각(dianoia)의 끝에 나오는 긍정이나 부정으로 설명된다. 덧붙여 감각(aisthēsis)은 믿음과 섞여 나타남(인상 혹은 가상. 원문은 phainesthai.)을 만든다. 물론 여기에서 말과 생각은 앞서 『국가』에서 언급된 인지상태에 비추어 보면 믿음의 단계에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모든 to on은 각기 그 자체로 고유하게 내용을 갖추고 지시, 언급, 서술, 사유 가능한 것으로서 사실이다. 이러한 to on과 대비되어 상(eidо̄lon)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규정되지만 동시에 사실인 원본 to on의 비율을 따르는 모상과 따르지 않는 모상이라는 하위분류를 가진다. 이 하위분류에 따라 모상(eikо̄n)과 허상(phantasma)이 제시되고 이 둘에 각기 성질로서 참과 거짓이 순서대로 분배된다는 것이 내 해석이다. 문제는 나타남과 모상과 허상이 문헌 상에서 혼용되고 있다는 점이고, 거짓이 먼저 가능한 다음 비로소 상이 가능하다는 서술도 내 해석과 상충된다. 그러나 사실과 대비되는 상 일반에 대해 이 대비를 근거로 서술하게 되는 거짓이란 술어와 상의 분류 내에서 원본과의 일치 혹은 불일치에 따라 서술되는 참과 거짓이라는 술어는 진리치가 존재 차원에서 규정되는 경우와 인식 혹은 서술 차원에서 규정되는 경우의 구분을 시사한다. 이러한 구분에 따라 위의 혼용과 애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따라 거짓 믿음의 대상은 존재 차원에서 그 자체로 거짓이어야 할 필요는 없으며, 상의 차원에서 원본이 되는 사태를 기준으로 일치 여부에 따라 이야기될 수 있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인식이 아니라 그 대상을 어떤 식으로 모사하여 영혼 안으로 옮겨놓는 것, 대상에 대한 상을 갖는 것이 인식상태 일반에 대한 설명일 수 있을 것이다. 『테아이테토스』에서 제시되는 앎의 후보들과 이로부터 도출되는 거짓 불가능성의 역설이 이상의 『소피스트』 해석을 통해 분석될 수 있다면 두 대화편에 대한 하나의 통합적 이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앎의 후보로 지각이 거론된 부분에서 상대주의는 무오류주의를 필연적으로 포함하는 것은 아니므로, 어떤 해석에 따라 지각인식론에서 무오류주의로 귀결되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해석이 필요할 것이다. 앎의 정의를 위해 앎과 구분되는 믿음에 대한 규정이 요청되는 상황에서 두 인지적 상태 사이의 구분에 양상의 문제가 개입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참인 믿음만을 고려하면 앎은 '필연적으로 참인 믿음'을 포함할 필요가 없다. 우연히 참인 명제들을 믿어도 앎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단순히 참인 명제에 대한 수용여부만이 문제라면 특정 대상의 본질 규정에 대한 참인 믿음과 부수적 혹은 우연적 속성에 대한 참인 믿음은 구분되지 않을 것이다. 만일 양상에 따라 앎과 믿음이 구분된다면, 앎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강하게 제한된다. 테아이테토스가 앉아 있을 때, 나는 테아이테토스가 앉아 있다는 것을 '아는가' 아니면 그것을 '옳게 믿는가' 문제. to on과 to mē on의 결합가능성과 관련하여 『파르메니데스』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어떻게 재해석하느냐에 따라, 이에 대한 대답들로서 『테아이테토스』와 『소피스트』에 대한 해석도 재고될 필요가 있다. 일단 당장은 『테아이테토스』에서 거짓의 문제가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한 검토부터.

2. 돈이 없다. 먹고 죽을래도 없다. 내 돈 어딨냐. 연구실 동료분께 일자리 주선을 부탁드리긴 했는데 어찌 될지 상황을 봐야 하겠고, 이 일을 따더라도 대학원 강의 세 개 수강하고 강독 최소 두 개 돌리면서 편집간사 일까지 병행해서 일을 진행시킬 수 있는지도 솔직히 자신은 없고, 안 되면 되게 하라는 막무가내 인생을 살 수밖에 없는가. 유학을 가고 싶기는 한데, 일단은 내 생각이 어디까지 구체화될 수 있는지 지켜보고, 관련해서 어떤 인간들이 무슨 소리들을 하고 있는지도 더 알아보고, 너무 늦지 않게 결단을 내려야지. 뭐 내가 결심한다고 만사 해결되는 것도 아니긴 하겠다만.

3. 아리스토텔레스 『자연학』이랑 이번에 수강하는 물리학의 철학에서 공간개념 관련한 부분, 제논 얘기로 엮어서 뭔가 좀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학적(인지적? 사유적?) 질료와 에우클레이데스 공간과 또 뭐 뭐. 그것의 분할은 무한하게 가능한지, 최소단위의 상정이 불가피한지, 두 경우 모두에서 모순으로 귀결되는지(제논?), 이것이 잠재적 분할과 현실적 분할 사이의 구분을 통해 해소될 수 있는지, 이건 강의 듣다가 재민형님께 여쭤봐도 되겠는데 잘 모르겠네. 그러고보니 『테아이테토스』는 강성훈 선생님께서 강의하시고 역자인 정준영 선생님까지 두 분 다 월요일마다 학당에 계시고, 『파르메니데스』든 플라톤의 파르메니데스 사상 수용이든 김주일 선생님께 여쭤볼 수도 있겠고, 아, 정암은 사랑입니다. 그러니 님들아, 후원 좀.

-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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