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및 정보수집용으로만 돌리는 트윗을 훑어 보다가 철학 어쩌고 하는 계정을 보게 되었다. 누군가 플라톤이 관념론자가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무슨 얘기인지 설명해 달라고 했나 보더라. 답변이 가관이다. 인터넷 검색 돌려 블로그 글 하나를 링크해 놓고서는 '관념론이 아니라 보편자 실재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뭐 이런 얘기를 하고, 그런데 관념론이란 게 도구적이라나 뭐라나 하여튼 그러면서 관념론일 수도 있고, '주된 시각이나 입장'까지 들먹이며 플라톤이 '주로' 관념론으로 이야기된단다. 이걸 뭘 어떻게 해야 하나. 그 사이 칸트가 플라톤을 비판하는 맥락에 대해서도 전혀 이해가 안 되어 있는 걸로 보인다만, 그거야 뭐 내가 칸트 전공자도 아니고 그 사람이 알아서 그러고 살든지 말든지. 그런데 보편자와 이데아를 구분 못하고 있다는 게 일단 굉장히 거슬린다. 개별자들이 이데아에 참여(metechein)한다는 것, 그리고 개별자들을 통해 귀납하고 추상하여 나온 보편자(katholou)는 개별자들에 의존적이라는 점 등만 생각해 보더라도 일단 보편자와 이데아가 뭐가 다른지는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다. 플라톤도, 아리스토텔레스도 안 읽었다는 얘기밖에 더 되겠나. 플라톤이 관념론이라는 게 주된 시각이라니, 이것도 답답하다 못해 참담할 노릇이다. 이게 대한민국 철학 전공 학부생의 수준인 게다. 그야 뭐 제대로 추천할 만한 우리말로 된 개론서는커녕 대화편 자체도 아직 번역이 다 갖추어지지 않은 형편이니 학생들이나 타전공 선생들 탓만 할 수야 없겠지만서도. 어쨌든, 19세기 고전문헌학의 부흥과 함께 플라톤의 저술 자체에 무게중심이 실리는 해석의 전통이 성립하고 난 이래로 플라톤을 관념론으로 치부하는 입장은 특히 근대 경험론의 영향과 그 이전 17세기 무렵부터 성립하기 시작하는 새로운 자연과학의 전통 속에 몇몇 역사적인 철학자들의 오독과 더불어 철학사 전체를 특정 입장에서 개괄하거나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가 이제는 그마저도 잘 찾아보기 힘든 굉장히 보잘 것 없고 게으른 해석에 불과하다. 그 이전에는 주로 이슬람의 아리스토텔레스 해석을 바탕으로, 그리고 후기 플라톤주의와 신플라톤주의의 왜곡 아래에서, 다시 그 두 요소들이 그리스도교 신학이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상호작용하면서 생겨난 이질적인 '플라톤'이 나오지만 이걸 플라톤 해석의 전통이라 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관념론 아니라고, 관념론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주류도 아니라고, 그런 얘기를 꺼낼 필요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답답하고 지친다. 저 철학과 봇인지 학생 봇인지 뭐시깽이는 왜 줍잖게 주워들은 이야기들과 같잖은 개론서들이 전하는 오류들을 그것도 마치 굉장힌 권위라도 있는 입장인냥 전하며 그걸 전하는 자신의 태도가 객관적인 척을 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스스로 찾아보거나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자인하거나 하는 태도는 전혀 보이질 않는 것인지, 그걸 생각하면 역겹고 화가 나기까지 한다. 학생들에 대한 의무감, 책임감으로, 다른 한편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또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이 그렇게나 바라는 연구를 한켠으로 미루어 두고서 그래도 뭔가 훗날을 기약할 만한 한 걸음이 되지나 않을까 기대를 걸고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선생들은 저런 것들을 가르쳤을 텐데, 그들이 제대로 된 선생이라면 틀림없이 저것들에게 정직하라고, 성실하라고, 겅중거리지 말고 조급해 하지 말라고 가르쳤을 것인데, 칸트에게 관념과 개념과 이념이 무슨 차이인지, 형식과 내용이 어떻게 구분되는지, 그 틀 안에서 경험이라든지 현상이라든지 하는 것이 어떻게 이해되는지, 그렇게 이해할 때에 플라톤이 어떤 식으로 비판되고 있는 것인지 아무런 고민도 없이 '칸트는 플라톤을 관념론자라고 하니까' 어쩌고 하는 소리를 해댄다. 플라톤의 대화편들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이 전혀 읽히지 않는다는 거야 뭐 두 말할 나위도 없고, 그나마 플라톤에 대한 질문에 쓰잘데기 없이 끌어다 떠들 정도로 칸트에 자신이 있다면 적어도 『순수이성비판』은 좀 제대로나 읽든지, 이해를 못 하겠으면 '쉽게 읽는 ~' 시리즈를 사 읽든 다른 나라 교재로 쓰이는 칸트 개론서들 좀 찾아 보든, 그런 건 하지도 않고 그냥 칸트가 이랬느니 저랬느니 떠들고 싶어 한다는 건 거꾸로 말하면 공부하고 싶은 게 아니라 잘난 척이 하고 싶은 것 아닌가 말이다. 관념론이니 독단론이니 실재론이니 이러니 저러니 하는 것들이 맥락에 따라 달리 읽힌다느니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느니 하는 그딴 게으르고 비겁한 대답은 또 어디서 더러운 것만 배워서 떠드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학술적 전문용어들은 해당 학문의 역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여러 검토와 비판을 거쳐 어느 정도까지 통용될 수 있을 만큼 검증된 개념들이다. 그것이 정확히 어떤 식으로 정의되는지 찾아보려는 노력 없이, 그게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하는 건 이제까지의 학문 역사에 대한 모독이다. 심지어 칸트, 피히테, 셸링, 헤겔 등의 대륙 철학자들을 거치면서 관념론에 '객관적 관념론'이니 '관념 실재론'이니 하는 굉장히 접근하기 어렵고 난해한 변형들이 생겨나는 와중에도 여전히 관념론은 사유 속에, 믿음 체계 내에, 일종의 정합론에 가까운 진리관을 전제로 한다는 정도의 일관성을 견지하고 있다. 거기에서든 어디에서든 관념이라는 것은 생각하는 일과 따로 떨어져 독립적으로 저 혼자 무슨 귀신마냥 배회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에 이성을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과 그것이 이성 안에서 성립한다는 건 다른 얘기다. 이미 아리스토텔레스부터 개념에 대한 엄밀한 정의의 필요성은 강조되어 왔고 그러한 작업이 실제로 이루어져 온 과정이 개념사(-史)이기도 하지 않은가 말이다. 정의가 중요하다는 건 다른 누구보다도 플라톤이 강조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플라톤에게 이데아가 원본이고 개별물들이 모상이라고 할 수는 있고, 모상에 대해서는 앎이 아닌 믿음만이 성립한다는 게 적어도 『국가』까지 플라톤이 견지하는 입장이긴 한데, 그게 그래서 '모상은 허상이니까 다 거짓'이란 식으로 결론이 나는 건 아니다. 믿음도 참인 믿음과 거짓인 믿음이 나뉠 수 있다. 이건 『메논』부터도 나오는 이야기이다. 더구나 『티마이오스』 같은 데서는 인식 가능한 방식으로, 즉 수학적 비례에 따라 물질이 존재한다. 그러니까 일단 현상 개무시하고 경험 아무짝에도 쓸모 없고,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이 플라톤에게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는 따로 연구고 뭐고 할 필요도 없이 그냥 대화편 몇 권만 봐도 그대로 따라 나온다. 경험적인 앎에 대한 플라톤의 입장이 궁금하다면 『테아이테토스』 번역도 나왔는데 좀 사라, 인간들아. 다시, 『국가』에서 좋음의 이데아라든지 『티마이오스』에서 장인(demiurgos)이 본으로 삼는 이데아라든지 이런 것들은 존재와 가치의 기준이자 근거이고 토대이다. 독립적인 것이다. 심지어 세계를 제작하는 그 장인에게 있어서도 이데아가 그 신 같은 무언가의 머릿속에, 혹은 생각 속에 있는 게 아니란 얘기다. 『파이돈』 보면 이 이데아라는 것이 인과작용도 하고 게다가 그것에 참여하는 개별적인 것들이 그 이데아를 통해 갖게 되는 성질을 이데아 자체가 가장 뚜렷하고 확실하게, 가장 강하게 가지기도 한다. 여기다 대고 관념이라고 한다는 게 굉장히 기이한 일이라는 걸 굳이 말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애초에 소박한 실재론이란 걸 생각해 보잔 말이다. 참이라는 게 뭐냐, 문장이 의미하는 바가 객관적 사태에 부합한다는 거다. 객관적 사태, 그러니까 밖에 그냥 따로 있는 거 말이다. 플라톤은 그 참을 보장해 주는 것이 이데아라고 하는 거다. 이데아가 객관적이라는 얘기고, 그런 건 관념으로 퉁치지 못한다. 내가 씨발 무슨 논증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국내에 찾아볼 수 있는 개론서 꽤 있다. 한글로는 저 옛날옛적 Guthrie도 있고 영어로는 Ross도 있고 Annas도 있고, 알아 보려면 얼마든지 알아볼 수 있다. 애초에 저 학생 봇인지 뭔지도 답답하지만 거기다가 질문하는 사람 역시 이해가 안 간다. 궁금하면 정암학당 홈페이지 들어가서 물어 보면 되지 않겠나? 국내 플라톤 원전번역하는 전공 연구자들이 떼로 몰려 있는 곳을 놔두고, 익명의 인터넷 봇에게, 누가 봐도 굉장히 플라톤에게 대표적이라 할 만한 이론인 이데아론에 관련해서 묻는 이유는 뭔가. 거기다 물었더니 또 익명의 인터넷 블로거 글을 가져다 근거로 삼는 저 봇도 봇이고. 물론 권위는 정당성의 직접적인 원천이 아니다. 일종의 신빙론에 따른 임시방편이랄지, 해당 주제로 역사를 통해 검증된 절차를 거쳐 교육받고 시험을 통과하여 자격을 갖춘 소위 '전공자'라는 것이 그 외의 사람들에 비해 참인 주장을 확률적으로 더 많이 내놓으리라는 믿음 정도가 깔린 것일 터인데, 그마저도 개무시를 할 거라면 스스로 정당화 과정을 떠맡아 제대로 해내든지.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플라톤이 쓴 것으로 알려진 저술들을 살펴 보고, 그걸 나름대로 요약, 정리하고 그 안에서 논증을 분석해 보고 재구성해 보고 스스로 평가도 해 보고, 그걸 근거로 이러저러한 것을 플라톤이 주장한 것 같다고 논증도 하고, 다시 '관념론'이라는 게 뭔지 또 알아 보고, 이 좋은 인터넷 세상에서 서울대 철학과 DB를 뒤지든 스탠포드 인터넷 철학사전을 뒤지든 해서 그 개념이 어떻게 정의되는지 이해도 좀 해 보고, 애초에 이 과정이 공부고 이게 재밌어야 이 짓거리를 전공 삼는 건데, 이런 건 다 뒷전으로 내팽개치고 다짜고짜 내키는대로 '그건 이런 거 같아요' 하고 입부터 놀리고 싶다면 철학 떄려 치워야 하는 거 아닌가. 때려 치워라.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고 학제가 개선되고 연구자들이 양성되고 연구결과들이 축적된 다음, 언젠가는 당신들이 하고 싶어하는 그 '잘난 척'이란 걸 이 땅에서도 할 수 있는 조건이나 환경이 갖추어지는 날도 올지 모른다. 하지만 당장에 필요한 건 입 닥치고 밀린 연구를 수행하며 이름 없이 죽어갈 희생양들이다. 이 일은 정말 바쁘고 급한 데 막막할 정도로 많기도 한 그런 일이다. 번역을 하고 사전을 만들고 색인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번역어 하나하나 논문을 만들어 그 번역을 정당화하고 그러는 사이에 해당 저술에 대한 일관된 이해를 시도하고 특정 철학자의 사상 전체에 대한 개괄을 제공하고 그렇게 개별 철학자를 연구하여 한 시대를 재구성하고 그 시대를 분석, 정리, 평가하고, 그 방법론을 정리하고 다른 시대 다른 주제에 대한 연구들에 비추어 비교도 하고 자체적으로 비판도 해 보고, 아예 전혀 다른 학문분야를 통해 새로운 접근도 시도하고 역사적인 것으로서 연구된 그러한 철학을 다시 현실성 있는 것으로, 현실에 적용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고, 그러려면 천재 한 두 새끼가 필요한 게 아니라 바위를 뚫을 때까지 떨어질 수억만의 물방울들이, 바다를 메울 때까지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돌멩이들이 필요한 거다. 이걸 알고도 뛰어드는 나름 결연하고 단호한 의지를 지닌 연구자들이, 더구나 당신들보다 훨씬 열심히 살고 훨씬 더 똑똑하고 심지어 조건도 더 나아 투자할 시간까지 당신들보다 많은 그런 사람들이, 당신들 같은 찌끄래기들에게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다는 것에 조금은 양심의 거리낌이나 죄책감 같은 걸 느낄 수는 없나? 얘기가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었고, 어쨌든 플라톤 관념론자 아니다. 단적으로 아니라고=_= 예전 글에 그렇게 써 놓았다가 어떤 분께서 최근에 덧글로 질문을 하셨는데, 이 질문이야 '니가 플라톤 관념론자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근거가 뭐냐?'라는 논조로 이해를 하면 나한테 묻는 게 맞는 일이다. 주장한 놈은 논증할 책임이 있으니까. 나는 내 말에 책임을 져야 하고, 그걸 따져 묻는 건 바람직한 일이지. 그런데 저 봇에게 질문을 하는 건 다른 문제다. '플라톤이 관념론자가 아니에요?'라고 물을 때는 상대가 그와 관련해 권위를 가져야 한다. 토론하거나 정당성을 따져 보자고 묻는 게 아니라 정보를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가장 바람직한 건 책에다가 묻는 것이다. 그걸로 해결을 못하겠으면 해당 전공자 찾아가서 묻는 거다. 어쨌든 내가 화난 건 칸트도 플라톤도 모르면서 그 둘을 섞어다가 인터넷 떠돌며 아무거나 주워다 먹고서는 아무렇게나 내뱉는 주제에 '학생'이라면서 겸손한 척까지 하는 저 봇의 태도가 싫다는 거, 그런 식으로 할 거면 철학 때려 치우라는 얘기이다. 그런데 직접 멘션을 하고 싶지는 않고, 그냥 내가 그렇게나 싫어하는 askfm에 몇 마디 남겼는데, 예상컨데 '이건 또 어느 동네 개가 짖어댔나' 하고 넘어가지 않을까 싶군. 뭐 나야 그런 취급을 받아도 싼 쓰레기니까, 그래서 별로 할 말은 없다. 알아서들 살겠지. 이런 얘기에 찔려 할 사람들은 애초에 저렇게 살지를 않으니까. 그저 무기력할 따름이구나.

-蟲-

P.S. 오냐오냐 하며 달래주고 치켜 세워주고 그런 식으로 용기를 북돋워주고 흥미를 유발시키는 게, 내 생각에는 지극히 무책임한 짓이다. 우선 그건 상대를 '헛소리 해도 되는' 어린애 취급을 하는 것뿐이다. 다음으로, 그렇게 잘못된 길로 들어서서 흥미만 갖고 천지사방 날뛰다가 돌이키기 어려울 만큼 빠져들어 버린 사람에게, '니 인생 니가 책임져' 하는 식으로 내팽개치리라는 것도 분명하다. 철학은 재밌는 거야, 그건 자유로운 거야, 이러니 저러니 달콤한 소리나 지껄여대는 치들이 저 학생들에게 강의자리 하나라도 소개해 주겠냐, 논문 작성법이나 제대로 가르치겠냐, 그냥 좋은 어른, 멋있는 어른, 그 씹어먹을 '멘토' 흉내질이나 해대며 악역은 다 남들한테 떠넘기는 거지. 왜 아이들에게 비판을 하지 않고 책임을 요구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저 늙은이들은 말할 것이다, '걔들은 아직 몰라도 된다'라고. 아니, 그런 건 없다. 학문이란 게 위아래 놓고 도 닦아 누구는 신선되고 누구는 이무기 되고 그러는 게 아니다. 애초에 무지 앞에 정직할 줄 알게 만들어 놓는 게 먼저다. 제 자신의 말과 생각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뭐라고 지껄이는 건지 적어도 자기 자신은 알아야 한다는 그 의무를 뼈에 새겨주지 않고서는, 그들에게 철학이란 말장난과 겉치레에 불과해진다. 어쩜 이렇게 흥미로운 생각을! 너는 참 의욕에 넘치고 생기발랄하구나~! 그렇게 사기쳐서 대학원 재정확보용 살아있는 지갑으로 만들어 놓고 잡일이나 시키다 '늬 집에 돈 있나? 있음 외국 나가~ 없음 때려 치워~' 이 지랄이나 하겠지. 아니, 그나마도 정교수나 할 수 있는 짓거리고 그마저 아니라면 같이 세상 욕이나 하며 제 자신의 비참과 불운의 동반자로 멀쩡한 남의 집 귀한 자식 망쳐나 놓겠지. 인정한다. 배움이 부족하고 나이가 어리면 틀린 소리를 더 많이 하게 마련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특출난 거고, 그러니까 너무 가혹하게 굴 건 없고 그게 죄도 아니고 그냥 좋게좋게 어화둥둥해가며 가르치는 게 좋겠지. 그런데, 그게 정말 의미가 있나? 저 사람들도 나름대로 진지한 고민을 갖고 스스로 심각하게 결심을 해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그러고들 있는 거다. 제대로 배우고 제대로 된 글을 읽고 그런 식으로 '올바른 길'을 만들어 준 앞서 간 사람들에게 빚을 진 사람으로서, 연구자일 뿐만 아니라 교육자이기도 한 그런 사람으로서, 더 진지하고 성실하게 다른 사람을 대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에게, 관계라느니 인상이라느니 평판 따위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혹은 어줍잖은 몇 십년 나이 터울로 돼먹잖은 황희정승 흉내를 내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실상을 보여주고 현실에 마주하게 해주는 게 바람직한 일 아닌가? 철학이 그런 게 아니란 걸, 학문이란 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걸, 그걸 알아야 스스로 저울질도 하고 인생의 결심도 제대로 해 볼 것 아닌가? 가난하고 바쁘고 몸이 고되도 어떻게든 될 것 같다고, 그렇게 허황되고 그릇된 망상을 품고서 학계에 뛰어드는 게 학문에도, 그 학문을 하려드는 당사자에게도 해가 되고 비참한 결말만이 남으리란 걸 왜 외면하는가? 결국 비겁한 건 애가 아니라 어른인 거다. 빌어먹을. 아니, 좋은 말로 다독이려고 그랬던 게 아니라 저 틀려먹은 이야기를 진심으로 '맞는 얘기'라고 생각하는 자가 선생이랍시고 대가리를 끄덕였던 것이라면, 당신 역시도 그냥 철학을 때려 치워야 하는 거고. 양놈들 학부 때 읽는 일반론이다, 플라톤을 두고서 대륙 철학 가져다가 객관적으로도 관념이 성립할 수 있다느니 실재하는 관념이라는 것이 가능하다느니 그런 논쟁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대놓고 '그거 관념론ㅋㅋ ㅇㅇ' 이 지랄을 한다면, 그건 그냥 공부하기 싫은 놈이나 할 소리 아닌가 말이다. 술자리에서 잘난 척하느라고 떠드는 소리만도 못한 저 뻘소리를 두고 나는 왜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하는 건가. 뭐 됐다, 나 같은 씹버러지야 뭔 지랄을 하든 누가 상관이나 하겠나, 지금 여기에 걸맞는 처지인 거다, 플라톤은 개뿔.

P.S.2. t.co/lTBeR95F2P ← 이런 트위터 링크로 사람들이 들어오는 듯한데, 나는 또 어디서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는가... 나같은 개쓰레기 씹찌꺼기 좆버러지새끼를 백날 까 봐야 뭐 그리 좋은 꼴이나 볼 수 있을까 싶네. 나 따위에 대한 뒷담화로 심리적 딸딸이에 열 올리는 대신에 http://www.jungam.or.kr/donate ← 여기 들어가서 그리스 로마원전을 연구하는 사단법인 정암학당에 후원이나 합시다. 훌륭한 국역서를 바탕으로 한 연구 활성화는 나같은 시정잡배양아치새끼들을 퇴치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어쩌면 '플라톤은 관념론~ 이데아는 보편자~' 이딴 소리도 수그러들지도 모르겠고, 낄낄.

P.S.3. 그런데 말이지, 내가 그 askfm에다가 '틀렸다, 맞았다고 한 교수 있으면 그 사람한테 항의하고 싶다'라고 남기고 답변이 '확인해 보겠다'였는데, 확인결과를 내가 어떻게 듣지? 만일 이런 것마저도 교수랍시고 자기 안 틀렸다며 우기고 든다면 찾아가서 날계란이라도 던져주어야 할 텐데. 나같은 병신이 논문이네 연구네 하며 지랄을 하는 것보다는 그게 훨씬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짓거리 아니겠나. 그나저나 누가 내 이 거지발싸개 같은 시시껄렁한 잡소리 넋두리를 링크질 한 건지 정말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을 셈인가? 알려주면 내 술을 쏘겠소. 관피아를 혁파하고 병영문화를 혁신할 창조경제의 심장과도 같은 박근혜 정부의 인문한국을 위한 거름이라 할 만한 국가장학금을 내 기꺼이 알코올에 탕진할 의사가 있소만. (그나저나 이공계 출신인 대통령께서는 인문학드립 그만 치시고 수리과학, 자연과학 기초학문 육성이나 좀 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는데 말이지. 플라톤 백날 읽어 봐라, 양아치 새끼들 군자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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