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b8-236d4. 일곱 번째 분할, 모상제작술(模象-, εἰκαστική)과 환상제작술(幻象-, φανταστική).

  (231b8-232a7) 건전하지 못한 현상 : 소피스테스가 여러 가지로 나타났기 때문에 테아이테토스는 실제로 소피스테스가 무엇인지 말하는 데에서 어려움에 봉착한다. 이에 대해 손님은 모든 것을 피하기란 쉽지 않다는 옛말을 들어 소피스테스 역시 지극히 어려운 처지에 놓였으리라 답한다. 그리고 소피스테스의 모습들을 헤아려 본다. 소피스테스는 (1) 젊은이를 사냥하며 보수를 받는 사냥꾼, (2) 영혼의 배움들의 무역상, (3) 같은 것들의 소매상, (4) 그것들에 관한 직매상, (5) 진술의 경쟁술의 선수로서 쟁론술로 정의된 자, (6) (이론의 여지는 있으나) 영혼에 관한 배움들에 방해되는 믿음들에 대한 정화자로 나타났다. 손님은 이 지점에서 문제를 지적한다. "누군가가 여러 가지 앎들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단 한 기술의 이름으로 불릴 경우, 이런 현상(φάντασμα)은 건전하지 못하며, 무슨 기술에 대해 이런 현상을 겪는 사람은 그 기술에 속하는, 이 모든 배움들이 의존하는 그것을 알아볼 수 없으며, 이런 이유로 그 배움들을 지닌 자를 하나 대신 여러 이름들로도 부른다(232a1-6)"는 것이다. 이는 다음과 같이 이해된다. 영혼의 배움의 직매상이 있다고 하자. 현실적으로, 그 한 사람의 직매상이 다른 사람이 만든 영혼에 관한 배울거리들을 도매하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다. 그가 배를 타고 폴리스를 오가며 영혼의 배울거리들로 무역을 하는 일도 마찬가지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 상황에서 그 한 사람을 두고 그가 영혼의 배움들을 직매한다, 도매한다, 그것들로 무역을 한다고 말하는 어느 경우든 거짓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손님이 건전하지 못하다고 지적하는 현상은 이와 다르다. 우선 손님이 지적한 문제에서 '누군가'는 구체적인 개인이 아닌 유(genos)이다. 이를 테면 프로타고라스, 안티폰, 트라쉬마코스가 모두 소피스테스라는 유에 속하는 개인들이다. 이 차이에 더하여 유로서의 소피스테스는 소피스테스술이라는 하나의 기술을 통해 명명된다. 그 기술은 어떤 하나의 앎으로서 상호배제적인 여타의 앎들과 구분되어야지만 정의될 수 있다. 앞서 든 예에서 설령 한 사람이 직매와 도매, 무역을 병행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그 현상이 속하는 기술들 각각은 서로 구분된다. 그러나 직매상인으로서의 한 사람에게 여전히 도매하는 모습과 무역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일은 가능한 것으로 남는다. 이 차이들을 고려할 때, 소피스테스라는 유 자체는 위의 여섯 가지 기술들 모두에 동시에 속하는 것으로 정의될 수 없다. 그러나 소피스테스라는 유에 속하는 자는 위의 여섯 가지 모습들로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소피스테스의 기술 자체로써만 이 유에 속하는 자가 소피스테스로서 정의되지만, 그럼에도 그가 드러내는 여러 모습들은 소피스테스인 이 한 사람에게 의존하여 드러날 수 있다. "이 모든 배움들이 거기에 의존하는 것(εἰς ὅ πάντα τὰ μαθήματα ταῦτα βλέπει)"이 밝혀지지 않는 한, 하나의 기술에 속하는 하나의 이름으로 한 유를 부르고 그 유를 정의하는 일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소피스테스는 소피스테스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는 유이며 그는 소피스테스술이라는 단 하나의 기술을 가진 것으로 간주되기에, 지금의 상황은 건전하지 못한 것이다.

  (232b1-233d2) 모든 것에 관한 반박과 믿음에 관련된 앎 : 손님은 소피스테스에 관해 이야기된 것들 중 한 가지 것이 그 유를 특히 잘 알려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그 한 가지 것은 바로 반박에 능한 자(ἀντιλογικόν)라는 것이다. 다섯 번째 분할의 과정에서 말싸움 중 짧은 질문과 답변으로 이루어지는 기술적인 돈벌이가 반박이었고, 그 안에는 정의와 부정의 그리고 그 외의 일반적인 것들을 다루는 쟁론술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쟁론술의 주제들, 말로 이루어지는 영혼에 관련된 것들은 배움에 관한 무역, 도매, 직매에도 공통된다. 또한 같은 주제에 관하여 말로써 사귀어 이루어지는 젊은이 사냥 역시 이것들과 공통점을 갖는다. 반박이 같은 것에 대해 서로 다른 진술을 하는 것이라면, 각자는 달리 믿고 있을 것이고, 반박을 가하는 자가 반박되는 자에게 승리한다는 것은 반박당한 자의 진술이 폐기되고 나아가 그 믿음이 부정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를 받아들인다면 반박은 소피스테스의 여섯 번째 모습과도 공통된 측면을 보여준다. 추정컨데 이런 이유로 손님은 반박이 "이 모든 배움들이 의존하는 그것"의 후보라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해당하는 자세한 설명은 본문에서 제시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소피스테스가 반박에 능한 자라 말한 것에 더해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이러한 일의 교사가 된다고도 말했다. 이 역시, 설득과 배움, 정화에 걸쳐 여섯 분할들에 공통되는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나아가 손님은 이 반박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검토한다. 소피스테스들이 말하기로 그들의 반박은 보이지 않는 신적인 것들, 천지와 같은 보이는 것들, 사사로이 모임에서 모든 것들에 대해 그 ~됨과 ~임에 관하여 다룬다. 나아가 그들은 법과 폴리스의 모든 일 전부에 관해서도 말싸움(ἀμφισβήτησις)에 능하며 다른 이들을 그렇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모든 기술들과 또한 낱낱의 기술에 관하여, 각 장인 자체에 맞서 반론해야 하는 것들을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한마디로 반박하는 기술은 모든 것들에 관해 말싸움하기에 충분한 능력인 듯하다.
  소피스테스가 말하는 이러한 반박이 모든 것들에 관한 것이라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알지 못하는 자가 아는 자를 상대로 반론하면서 뭔가 건전한 것을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것들 각각에 관하여 그 장인 자체, 즉 아는 자 모두를 상대로 소피스테스는 반박을 행한다. 이 과정에서 만일 소피스테스의 반박이 옳게 수행되지 않거나 그렇게 여겨지지 않는다면, 옳게 수행되더라도 그가 지혜로운 자로 여겨지지 않는다면 젊은이들은 그의 학생이 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이를 바란다. 즉 소피스테스는 그가 반박하는 것에 관해 아는 자로 여겨진다. 이는 곧 모든 것에 관해 아는 자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소피스테스술이 여러 기술들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 건전하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 볼 때, 소피스테스가 각각의 모든 것을 알기란 불가능하다. 즉 그는 아는 자를 상대로 알지 못하면서 반박하여 건전하지 못한 것을 진술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젊은이들은 그가 모든 것에 지혜로운 자라고 여긴다. 따라서 소피스테스는 진리가 아니라 믿음(여겨짐)에 관련된 앎(δοξαστικὴ ἐπιστήμη)을 지닌 것이다.
  앎을 수식하는 'δοξαστικὴ'를 '거짓된'으로 이해할 여지도 없지 않다. 소피스테스의 반박술이 모든 것에 관련하는 한에서, 그가 그의 반박술을 통해 건전한 무언가, 즉 진리를 진술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는 그 앎이 거짓된 것이라는 이해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소피스테스가 반박을 옳게 해낸다고, 즉 그가 건전한 뭔가를 내놓는다고 실제로 믿고, 그가 지혜롭다는 믿음을 실제로 가지게 된다. 소피스테스가 기술자인 한에서, 그가 모든 앎들에 속할 수는 없지만 소피스테스술에 해당하는 그 앎을 가지지 않을 수도 없다. 만일 그렇다면 소피스테스라는 유는 정의될 수 없을 것이다. 나아가 그가 아무런 앎도 없다면 그는 젊은이들에게 자신들이 모든 것에 지혜로우며 모든 것을 반박한다는 믿음을 심어줄 수도 없을 것이다. 또한 앎이 최소한 정당화된 참인 믿음이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견해를 고려할 때에, '거짓된 앎'이란 형용모순이기도 하다. 따라서 소피스테스는 진리, 사실에 관한 앎은 아닐지라도 믿음에 관한 앎을 지니고 있다.

  (233d3-235b7) 상-제작술(εἰδωλοποιική) : 손님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런 일들에 관한 더 확실한 본(σαφέστερον παράδειγμα)을 취하여 보자고 제안한다. 논할 줄 아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고 반박할 줄 아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지만, 그러나 단 하나의 기술로써 통틀어 모든 것들을, 온갖 동식물과 천지, 신들과 여타의 것들 전부를 만들고 해낼 줄 아는 것처럼 보인다면, 나아가 그 모든 것을 재빠르게 만들어내 헐값에 팔며 이런 일을 삽시간에 가르칠 수 있다고까지 한다면, 이렇게 말하는 것은 놀이라 생각해야 한다. 이 놀이에서 가장 기술적이고 만족스러운 종(형상, εἶδος)은 모방적인 것이다. 한 기술로 모든 것을 만들어낸다고 공언하는 자의 일례는 회화술로 사람들을 속이는 자이다. 그는 생각없는 어린 아이들에게 회화의 기술로써 ~인 것들과 같은 이름인 모방물들(μιμήματα)을 만들어 멀리서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바라는 뭐든 실제로(ἔργῳ) 해낼 수 있는 자라고 속인다. 이러한 일은 진술된 상들(εἴδωλα λεγόμενα), 진술들로써도 이루어진다. 진술로써 이러한 일을 하는 자는 사태들의 진리(τῶν πραγμάτων ἡ ἀλήθεια)에서 여전히 멀리 떨어진 어린 자들에게 모든 것들에 관하여 진술된 상들을 보여주어 자신이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 여겨지도록 그리고 그 말한 자가 모든 것 전부에 대해 모든 이들 중 가장 지혜로운 자라고 여겨지도록 만들 수 있다. 앞서 소피스테스가 반박을 통해 실제로 모든 것을 아는 자가 아니면서도 그러한 자로 여겨진 것은 이처럼 진술된 상들을 통해 젊은이들을 속여낸 결과이다. 그는 모든 것들에 관한 지식을 지닌 것이 아니라 ~인 것들의 모방자, 그렇기 때문에 현혹자들에 속하는 누군가이다. 이로써 건전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던 현상, 즉 하나의 기술에 속하는 이름으로 불리는 자가 모든 앎들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문제는 일단락이 지어진다. 그 모습들이 의존하는 하나의 앎으로서 진술된 상들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사람들을 속이는 기술이 드러난 바, 이 앎은 상-제작술이다.
  이 과정에서 손님은 그려지거나 진술된 모방물들에 의해 속임을 당하는 자들은 나이가 들고 경험들(παθήματα)을 통해 ~인 것들(οὖσι)에 분명하게 가 닿을 수밖에 없고, 속임을 당한 당시에 생겨난 믿음들이 변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 결과 실천들 속에서 부수하는 현실들에 의해 대단한 것들은 사소하게 보이는가 하면 쉬운 것들은 어렵게 보이고 그 진술들 속 모든 환상들이 모든 방면으로 뒤집히게 된다. 이에 대해 테아이테토스는 자신이 아직 ~인 것들과 멀리 떨어져 있다고 답한다. 손님은 그런 이유로 두 사람 모두 테아이테토스를 시간과 경험 없이 ~인 것에 최대한 가까이 데려가고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소피스테스를 정의하기 위한 탐구의 과정에 숨은 목적이 드러난다. 시간과 경험을 통한 실천 중의 현실에 의하지 않고서도 ~인 것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그 결과는 이런 것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결과와 유사할 것이다. 테아이테토스가 이전까지 가지고 있던 믿음들은 전복될 것이다. 이는 앞서 보았던 시험술의 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크다고 믿었던 것들이 실제로 작다는 믿음과 반대되고, 쉽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어렵다고도 여겨지게 되며, 이런 모순을 통해 기존에 자신이 무언가 알고 있다고 여긴 그 믿음이 폐기된다. 대단하다고 여겨지던 이전까지의 존재론적 주장들이 자기모순에 봉착하며 더 포괄적인 논의 속에 자리매김되어야 하는 작은 것들임이 밝혀지고, 알고 있고 쉽다고 여겨지던 것들로서 τὸ ὄν과 τὸ μὴ ὄν, 아무런 어려움 없이 진술하고 생각하던 것들이 사실은 알기 어려운 것임이 밝혀지는 이후의 전개를 고려해 볼 때 이 지점에서부터 손님과 테아이테토스의 탐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이 시사된다는 추측 또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35b8-236d4) 모상제작술(模象-, εἰκαστική)과 환상제작술(幻象-, φανταστική)의 구분 :

  본의 비례를 따라 모방물을 조형하거나 그리고 그 각 부분에 알맞은 색을 입히는 것은 본에 닮은 것을 만들어내는 모상제작술이다. 그러나 거대한 규모의 것들을 주조하거나 그리는 자들 중에서는 사람들에게 감각을 통해 가까운 것은 더욱 크게, 먼 것은 더욱 작게 보인다는 점 때문에 본의 아름다움, 그 비율을 통해서가 아니라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나 그런 것으로 나타나는(보이는) 비율과 아름다움에 따라 모방물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이는 닮은 것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 닮은 것처럼 헛보이는 것이기에 환상제작술이다.

 

  236d5-241b3. 모상과 환상, 그리고 거짓.

  (236d5-

-작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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