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들 섣불리 넘어서질 못해 안달하는지 모르겠다. 글이 있고, 그 안에는 글쓴이의 생각, 주장과 근거와 논리가 들어 있다. 글은 닻처럼 내려앉아 혼란스럽고 광폭한 상념의 횡포에 휩쓸려 방황하는 이를 붙들어 매어준다. 이성과 합리와 비판의 정신이 노가 되어 족쇄가 허락하는 한계까지 배를 저어 나아갈 원동력이 되어준다. 닻을 내리지도 노를 젓지도 않고 떠드는 망망대해의 자유는 그저 자살선망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논증을 분석하고 재구성하여 그 정당성을 평가하라. 그건 철학사의 권위에 굴종하고 아첨하라는 것도 아니고, 웅대한 포부를 단념하라고 종용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담담하게 자기 자신을 직면하라. 천재도 위인도 아니지만 쓰레기도 역병도 아닌 당신이 그냥 거기에 있다. 바로 그 자리에서 첫 발을 내디딜 지혜도 용기도 없다면, 당신의 철학은 아니면 그게 무슨 학문이든 그 배움은 그저 병이 들어 부풀어 오른 구역질나는 허영에 불과하지 않나. 아, 씨발, 다 지겹다. -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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