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최근에는 내 실상에 걸맞는 대접을 받고 있는 듯해서 속이 편하다. 그러니까 개쓰레기 폐급 취급을 받는다, 뭐 그런 말이지. 읽을 줄도 쓸 줄도 생각할 줄도 모르는 새끼가 기어이 어깃장을 놓아 그래도 철학이란 걸 해보겠노라고 바닥을 기고 있는 꼴이 사람들 보기에도 참으로 우습겠구나 싶기도 하고. 나가서 목 매달고 뒈져라, 은혜도 모르는 새끼, 거렁뱅이 새끼, 뭐 집에서 그런 소리 들어가면서 여기까지 왔고 밖에서도 딱히 내게서 밝은 전망을 감지하신 분들을 뵌 것 같지도 않다. 종종, 그냥 악착같이 구는 꼴이 가엾고 안쓰러워 동정과 연민이 가득한 따뜻한 말 몇 마디를 듣거나 하는 일이 없지는 않지만, 본래 성격상 칭찬보다 욕이 더 잘 들리고 또 그나마 더 알아먹겠는 비뚤어진 인간인지라 관두라든지 니가 뭐라도 되는 줄 아느냐든지 뭐 그런 소리들이 익숙하기도 하고. 그래도 끈덕지게 버텨 온 것 같기는 한데, 정말로 빼도 박도 못하게 내쫓기면, 혹은 모든 가능성이 차단당하면 어찌 해야 할까나, 최근들어 종종 그런 막막함을 느끼곤 한다. 어쨌든 나 좋은 짓을 나 좋을대로 하고 있다는 게 너무 좋고 도무지 놓을 수가 없어서, 무섭기도 하다. 막상 또 다 망해 버려도 어떻게든 살아지기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긴 하지만서도. 꼴 같잖은 절박함 뭐 그런 것이 있어서, 그래서 악다구니를 쓰고 지랄을 해대며 그런 건 철학이 아니라느니 저 따위가 철학자면 철학 따위 다 불살라 버리라느니 험악한 욕지기를 천지사방 싸제끼고 다니는지도 모르겠다. 모르겠긴, 개뿔. 그거다. 인문장사치들, 철학협잡꾼들, 도사들과 그들 저마다의 개똥철학에서 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거다. 그러니까 이건 정당방위다, 씨벌놈들아. 물론 주먹질도 못해 보고 망할 빌어먹을 쭈구리 학문의 시다바리 호로 잡놈의 인생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만, 혹시나 볕 볼 날이 오면은 느그들 다 뒈졌어, 써글. ...아, 쪽팔린다. 선생님들께서 떠먹여 주시는 공부도 못 받아 먹고 욕이나 쳐먹고 다니는 주제에 무슨. '나가 뒈져라' 소리 들으며 쫓겨날까 심장이 쫄깃쫄깃한 나날이다. 아리스토텔레스나 만나러 가자.

-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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