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육평론가 이범씨의 한계레 사설(?)에서 야당인지 야권인지는 기술을 가지고 안전, 환경 등등의 문제들에서 화제를 선점하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맞는 얘기지만, 현실이 그렇긴 하지만, 그럴수록 기초학문이나 순수학문 혹은 더 넓게 잡아 산업에 직접 연계되지 않는 여러 학문분야들의 국내 자립은 요원해져만 가는 듯하다. 뭐 사실 몰라도 사는 데 지장 없으니 다들 상관할 바 아니겠지만서도.

2. 교수신문 몇십주년 기념으로 이태수 선생님 올리셨던 예전 글을 우연히 보게 됐다. 언제고 인문학이 유행이었던 적이라도 있느냐, 맨날 어려웠는데 새삼스레 위기는 무슨 위기, 뭐 그런 얘기도 있었던 것 같고, 세목에 함몰되지 말고 넓게 보고 과감하게 논쟁하라고 하시는 부분도 있는 듯하다. 학부 전공 없애 버리고 '교양' 개념 재정립하고 기초 학문들 입문과 개론에 적합한 교재와 교육과정 개발해내면, 그 과정 거치고 거쳐 몇 세대 뒤에 국내에서 자족적으로 논쟁이 확대, 재생산되는 날이 오면, 다른 분야에 대해 개소리 않고 자기 분야에 대해 뻔한 소리 않는 그런 학자들이 여기저기 여러 분야에서 출몰하여 서로 말을 섞을 수 있게 되면, 말씀하신 그대로 들이대고 덤비는 학자들이 그 중에서 나올지도 모르겠다. 지식인이 말 그대로 아는 자로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이고 그 해법은 무엇이며 뭘 어떻게 해 봄직한지 떠드는, 책상물림 먹물들의 이상국가, 기대는 되네.

3. '나는 천재고 좆나 잘났는데 아무도 나를 몰라주네, 병신들!' 이라는 속내를 온몸에 후광처럼 둘러 뻗어대는 새끼들이 갈수록 늘어만 간다. '동기나 선배는 말할 것도 없고 강사들이 같잖고 교수들이 우습고 요즘 날고 기는 전세계 새끼들은 무명씨 병신들이고 철학사 몇 권 보고 개론서 몇 권 훑었더니만 이름 좀 들어봤다 싶은 새끼들도 다 나만 못하네.' 사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상관할 바 아닌 것인데, 나도 참 괜한 오지랖이지. 까고 싶고 비웃고 싶으면 겉핥지 말고 그 사람들 졸업논문이라도 좀 찾아 보고, 요약정리해서 뭔 소린지 이해도 좀 해 보려 하고, 그래도 어줍잖게나마 분석철학, 언어철학, 현대영미인식론 어쩌고 하는 수업들 들었으면 논증 재구성할 때 최대한 정당화시키면서도 없는 얘기 만들어 하지 않으려고 애라도 좀 써 보고, 아무리 잘 봐주려고 해도 곧 죽어도 이건 개소리다, 싶은 그런 부분 짚어서 이래저래해서 논리가 개박살이니 꺼져라, 뭐 이렇게 욕을 하면 얼마나 좋나. 솔직히 저 병신들 저마다 써대는 환상소설 세계관들이야 관심도 없고. 그래도 양심이 있으면 지가 무슨 소리를 왜 하고 그게 어떻게 받아들일 만한 것이 되는지, 그게 왜 설득력이 있는지, 어떻게 정당성을 확보하는지 정도는 만들어 놓고 잘난 척을 하든 딸딸이를 치든 해야 할 거 아닌가 싶긴 한데 말이지. 철학뿐이겠나, 어느 분야든 학문이란 형식을 갖추고 역사를 쌓은 분야는 죄다 진입장벽이란 게 있게 마련이다. 뭐 타고나길 워낙에 너무나도 대단하고 잘나서 이미 역사 속 위인들의 그 불멸의 이론들하고 맞짱을 떠야 하는 판국에 자꾸 강의 중간고사 보라 하고 기말과제 내라 하는 게 짜증날 수도 있겠는데(뭐 정말 그럴 수 있는지 사실은 잘 모르겠다. 음, 그냥 뒈지라고 말해주고 싶긴 한데 말이지.), 그러지 말고 그냥 학점 받아내고,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는 사람일 테니 그거 꼴랑 해봤자 시간 많이 남을 테고, 그 시간에 자기 하고 싶은 말 잘 써서 이 선생, 저 선생한테 들이밀고 읽어 주쇼, 첨삭해 주쇼, 그걸로도 성에 안 차면 국내 학술지들 조건 안 까다로운 곳 많으니 여기저기 찔러도 보고 평가서도 받아 보고, 그거 하면 되는데 왜 안 하고서 자폐증환자마냥 이리저리 조소나 날리며 혼자만의 망상에 빠져 살고들 있는지 모르겠다. 무시를 당하면 덜컥 화부터 낼 게 아니라 뭐 때문에 왜 무시하는지 차근차근 물어보고 스스로 고민도 해보고 하는 게 정상 아닌가? 그게 싫으면 학문을 왜 하나, 어디 굴이나 파고 들어가 앉아 도나 닦지. 유독 이 철학이란 학문에 저 황금빛, 에메랄드빛, 사파이어빛 똥파리들이 득시글거리는 건 사실 학문하는 사람들 책임이 크긴 할 거다. 통제와 조작과 설계를 포함한 실험이 정립되고 논리의 형식이 정교화되고 우연과 추측의 영역이 통계로 개척되고 그 과정에서 여러 학문들이 상호에도 독립적으로도 자기비판과 반성에 여념이 없던 역사 동안에, 씨발 이성은 뒈졌어, 이 지랄이나 떨었던 양놈새끼들이나 아 씨발 영혼이 우주랑 하나 되었으면 정말 좋겠네, 이 따위 헛발질이나 해대고 잘 먹고 잘 살고 착하면 장땡이지 하던 노랭이들이나 좆나 팔자 늘어졌었지. 뭐 얘기가 어디까지 가나. 쨌든, 알고자 하는 것은 모르고 있는 것일 테고 그걸 바로 알아야 바르게 좇고 또 곱씹고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 이거 알아, 저거 알아 하면서 자랑질에 여념이 없는 병신들이 학문을 하네 마네 지가 철학자네 어쩌네 하는 꼬라지를 보노라면 울화가 치미는 거다. 자신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그걸 알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이 문제에 천착하지 않는 새끼들에게 아무런 신뢰도 가질 수 없다. 뭐 존중이니 취향해 주시라. 아니, 콧물찔찔이들일 때는 구구단도 잘 외우고 덧셈뺄셈 시키는 대로 잘만 하던 새끼들이 왜 독해하고 분석하고 재구성하고 평가하라는 말에는 진저리를 치고 걸음마도 못 떼고서 미친 강아지마냥 호랑이 씹어 먹어 버리겠다고들 난리를 치는지. 각 분야의 근본을 확인하려는 사람이든 그 경계에서 벽을 넘겠다고 기를 쓰는 사람이든 저만치 멀리 가 있는 사람들의 재능과 노력이 어떤 것이고 얼만큼의 것인지 가늠도 못할 수준이라면, 그냥 때려치고 떠나는 게 본인들에게나 여러 사람들에게나 좋은 일 아닐까. 위에 이태수 선생님 얘기도 했고 김남두 선생님도 자주 하시는 말씀이고, 기종석 선생님도 똑같은 말씀을 하시는 게, 결국 철학은 제반학문과 괴리된 채로는 의미있는 작업일 수 없다는 거다. 그런데 타과 입문강의는 얼마나 들어 봤나? 들어 봤다면, 너무 쉽고 간단해서 아주 그냥 머리에 쏙쏙 들어와 박히던가? 난 여전히 천재가 나타나길 꿈꾸고 기다린다. 누군가 벽을 허물어 주면, 물길을 터주면, 그래도 지금보다는 사정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가 있어서다. 하지만 다른 한편, 4할 타자는 없고, 또 없어야 하는 것 아니겠나. 그냥 닥치고 꾸역꾸역 해 나가면 될 일을, 조바심을 내며 성급하게 비약을 해대고 날뛰느라 그 좋고도 귀한 시간 다 날려 버리는 사람들에게, 진지하고 정직하게 걸어왔고 또 걷는 중인 선생님들의 진심어린 충고가 씨알도 안 먹힐 때, 뭐, 그냥, 화가 난다는 거지. 늬들보다 몇 배는 잘나고 훨씬 더 열심히, 악착같이 읽고 고민하고 쓰던 사람들, 그러다 죽은 사람들, 안 죽고 버텨내는 사람들 생각에, 여전히 나는 늬들이 정말로 싫다. 늬들 오나홀로 쓰라고 있는 철학이 아니다.

4. 어떤 병신 찌끄래기가 고대 서양에서는 별을 보고 미래를 점치는 게 과학이었다느니 뭔 개씹소리를 해댔더라. 그러면서 과학주의자들이래나 뭐래나 이상한 명칭을 써가며 자연과학 욕을 하는데, 아, 씨발, 욕하려면 자연과학이나 욕하지 왜 덩달아 서양고대 자연철학자들까지 엿을 먹이냐. 그 양반들이 맞지도 않는 천동설 갖고 당대 기하학 지식으로 천체이동 시간계산한 거 찾아 봤으면 저딴 개소리 안 나오지. 게다가 자연철학자들이 제우스니 무녀의 신탁이니 이딴 거 좆나 믿기도 했겠다. 당대 희극이나 역사서 좀 뒤져 봐, 씨발. 태양이 돌덩이라고 했다가 좆나 욕 먹고 막 그러는 사람들이라고, 관습적인 믿음과 싸우고 논리와 경험 사이에서 줄타기 하면서 정신병자마냥 자기학대해대던 사람들이란 말이다. 비록 근대과학이 그 형식을 정립한 게 한참 뒤라고 하고, 기술과 설비에 더해 여러 방법론이 고안되어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정보들이 획기적으로 분석, 정리되고 있기야 하지만, 그래도 고대인들이 니만큼 개쓰레기는 아니었다. 과학주의가 뭐 어째? 그들이 정말로 꿈꿨음직한 일들이 이제서야 조금씩 시작되고 있는 와중이다. 아, 씨발, 됐고, EBS 코스모스 재방이나 봐라. 아니, 과학 싫다는 새끼가 SNS는 왜 쓰고 지랄인지 그것도 모르겠다만. 내가 화가 나는 건 그냥 모른다는 그게 싫어서가 아니라 빌어먹을 것들이 모르면 좀 알려고 하든지 잠자코 닥치든지 할 것이지 씨발 게으르고 비겁한 주제에 지 변명도 아니고 지 잘났다는 소리를 해대서다. 비단끈으로 목 매달고 뒈져라. 그럼 시체는 연구용으로든 장기이식이든 암튼 요긴하게 그 '자연과학'님께서 활용해 주실 테니. 니 목숨보다는 그 몸뚱이가 조금은 더 비쌀 것도 같네.

5. 특별법은 쌩양아치들이 개판으로 당사자 빼놓고 지들끼리 합의해서 넘어가려 들고, 군 가혹행위 사건 터졌다고 인문학을 가르치네 정훈교육을 하네 헛소리나 찍찍 뱉어들 대고, 그 와중에 에볼라 감염지역 다녀온 사람은 검역 놓치고, 그러거나 말거나 논문이나 써야지. 『국가』 읽고 『향연』 읽고 『천체에 대하여』 읽고 판단의 논리적 형식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중첩 또는 결합이 시사하는 변화가 변화라는 개념 자체와 가지는 선후관계의 문제를 『소피스테스』에서 플라톤이 나름대로 해결하려 든다고, 그걸 해내야 파르메니데스의 존재뿐인 존재와 헤라클레이토스의 끊임없는 흐름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이딴 개뻘소리나 찌끄리다 뒈져야지. 나를 밟아 짓이겨 침을 뱉는 어르신들은 욕심도 없이 그저 또 오늘도 바위에 계란 한 알 던지고 바닷물에 조약돌 한 개 던지시는데, 나같은 집먼지진드기만도 못한 씨부랄 놈이 무슨 양심이고 정의고 나발이고냐, 뭐가 학문의 정도고 앎에 대한 정직과 성실이고, 개뿔이나. 이룰 수 있는 자들은 이루고 싶으면 이루어도 좋다만, 나는 그저 그 날이 오기 한참 전에 뒈질 테니 뒈지기 전까지만이라도 헛짓거리 않고 뻘소리 않고 딱히 나 아니어도 되지만 기왕에 내가 했으면 버릴 것도 없는 정도의 연구를, 그냥 사는 동안까지는, 그렇게 하고 싶을 따름이다. 이 따위로 비겁하고 이기적이니 아마 지옥이 있다면 그리로 끌려 가겠지만, 난 플라톤 전공자로 살 거니까 그냥 노새나 쇠파리 정도로나 태어날 각오나 하고 살아야지 뭐. 神崎 かなえ 예쁘다. 아, 그리고 김보통 작가 '아만자' 이번화 좋드라(링크).

-蟲-

P.S. 가후사마께서는 영웅들이 죽어 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하셨답니다. 난 '지나가는 황건적 신도 2*10^5' 정도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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