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학기에는 정암에서 아리스토텔레스 『천체에 관하여(De Caelo et Mundo)』 읽을 듯하고, 여름 동안 중지되는 플라톤 『티마이오스』 윤독도 재개될 테고, 플라톤 『국가』 윤독도 뭐 계속 예정대로 진행이고, 대학원에서는 플라톤 『국가』 5~7권 읽을 듯한데 이건 확정은 아니고, 학부 강의로 플라톤 『향연』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들었고, 아리스토텔레스 『자연학』 강독은 2권 끝나면 『형이상학』 Ζ권으로 갈아탈지도 모르겠다. 기왕이면 미리 예습을 좀 해 두고 싶은데, 주요 논쟁사 좀 정리하고 초벌 번역도 좀 해 놓고 말이지. 그러거나 말거나 논문 계획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중이라,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다른 돌파구는 떠오르지 않고, 그냥 다시 내용 정리로 돌아가야 하겄다. 어차피 문헌을 얼만큼 소화해 내느냐가 관건이다. 내가 고대 존재론을 두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가릴 주제도 아니고, 플라톤의 철학 체계 전반에 결론을 내릴 주제도 역시 아니고, 그냥 제대로 읽고 또 제대로 쓸 수 있는지, 그것만 검증받으면 될 일이다. 미카엘 프레데도 레슬리 브라운도 오웬도 보스톡도 저 하늘 위를 붕붕 날아다니는 늙은이들인데, 지적을 받고서도 아직도 난 뭔가 이겨먹으려고만 들 뿐 뭔가 배워내고자 애를 쓰지는 못 하고 있는 듯도 싶고…. 어쩌겠나, 더러운 습속은 땟국물마냥 슥삭하고 빠지는 게 아니라 썩은 뼈를 긁어내고 시커먼 선지피, 고름 엉긴 문드러진 살덩이를 째고 찢어 발겨야 겨우 떼어낼 수 있을까 말까 한 것이니, 이 악물고 고난과 역경에 감사할 수밖에 없지. 일단 7월 안에 점검 한 차례 받고, 가능하면 8월에 두 차례 더 점검 받는 걸로 지도교수님께 말씀을 드려야 하겄다. 닝기미 씨빠빠, 진즉에 통과하고 졸업했었더라면 몇 푼이나마 나랏돈 받아낼 것도 늘었을 테고, 박사과정생 해외연수지원도 신청해 볼 수 있었을 테고, 아니, 다 좆까고 이 나라 빠져나갈 궁리를 좀 더 해 볼 수 있었을 텐데, 뭐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다 내 과오일 따름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별 다를 것 없다. 빡시게 들이밀고 내딛다 보면 종종 막히기도 하고 발목 잡히기도 하고, 그래도 매번 조금만이라도 나아갈 수 있다면 그 티끌만치라도 기어 가는 거다. 징징거리지 않아도, 뒈지면 내 길은 알아서 끝장이 날 테니, 난 그냥 닥치고 발버둥을 치면 되는 일이다. 아, 이젠 연애가 아니라 사람 살이 고프다. 아마도 이 감각을 내내 안고 살아야 하거나, 아님 어디 오피나 휴게텔에 가져다 바칠 돈이라도 벌어야 하겄지. 그래도 심정적으로는 미련이랄 것도 남길 것 없이 얄짤 없게 병신고자찌그래기와 같은 형편이 되어 가고 있으니, 돈도 없고 몸은 망가져 가고 그런 주제에 시간마저 없는데 워낙에 생긴 것도 쓰레기고, 뭐 의도치 않게 수도자의 고행길을 걷는 셈 치면 되려나, 낄낄. 아름다운 얼굴과 몸뚱이에서도, 저 하늘의 태양에서도, 길바닥에 나뒹굴다 발에 채이는 잡풀이니 개똥이니 구정물 구덩이에서까지도, 좋음의 형상이나 보고 딸이나 치자, 그러다 뒈지자, 썅알. 근데, 마음의 눈으로 좋음의 형상을 보면 마음의 좆이 발기해서 마음의 왼손으로 폭딸의 형상을 구현해야 하는 거냐? 저 모든 딸딸이들이 바라보는 단 하나의 자리에 그 모든 딸딸이의 본이 되는 완전하고도 영원한 딸딸이의 형상이 처음도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것이려나... 음, 그렇다면 철학 참 해 볼 만한 일이군. 좋음의 형상을 위해 역립으로 좆나 달리는 개빨조새끼로 승천하고 싶다, 낄낄낄낄. 이데아계의 실장님이 쪼까내고 블랙리스트에 올리겠구만.

-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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