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 링크해 놓은 사이트들 중 'SOVIDENCE.' 블로그를 오랜만에 들어가 글 몇 편을 보았는데 일단 찾고 있던 어떤 그림을 찾은 느낌이고,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여러 분과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느꼈다. 여하간에, 저 블로그에서 몇 편의 글을 읽고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결국 이 나라 이 사회에서 여성들은 무슨 중뿔난 해법이 국가 차원에서 등장하지 않는 한 자신들의 경력을 단절시키는 가장 큰 벽이라 할 만한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여성들의 성취를 억누르고 덮고 가렸던 유리벽 틈새로 이제 포화 상태인 그들의 능력이 비집고 나와 드러나게 될 것이고, 이미 그렇게 되어 가고 있다. 사회의 반수 가까운 경쟁자들을 사회의 암묵적 지원 덕택에 무시할 수 있었던 남성들은 점차로 본래의 정상적인 경쟁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고, 적당히 도태되거나 심하면 대다수가 뒤쳐질 것이다. 결국 성과와 실적이 기준이 되어 가면서 여성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걸맞고 합당한 지위를 찾아가게 될 것이고, 그 '집단'은 견고해질 것이고, 여혐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차별적 행동과 어휘를 수정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가속시키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부 돌출되는 사건들을 방지할 제도의 마련이 시급하지만, 그것은 촉매 역할을 할 뿐 대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구는 감소할 테고 노령화는 심해질 테고 실업율이 올라갈 텐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을 억압하겠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유슬림 국가를 선포하는 꼴이고, 실현 가능성도 없다. 일부(뭐 다수라고 해도 되겠지만) 남성들이 경기를 일으키며 여성혐오 같은 게 없다고 억지를 부리는 이유를 이해하기 좀 어려웠는데, 결국 위기의식이 표출된 것이었나 싶기도 하고. 대학에 입학하고서 대학원에 있는 지금까지 여성 상급자(명예남성 말고)의 적극적 활동들을 경험해 온 것이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구나 싶고 그러한 여성 동료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그들을 경쟁상대로 생각하는 데에 거부감이 없다는 것, 그들의 능력이나 성취를 과소평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내 생존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것이구나, 뭐 그런 생각을 해 본다. 그러나 저러나 철학이란 참 무력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기도 하고, 낄낄. 한 개인으로서 걱정스러운 것은 결국 거스를 수 없는 이 변화의 과정에서 끔찍하고 흉악한 사건들이 더 많이 발생할 것 같다는 점인데, 조현병 환자 관리 강화 따위가 대책이라고 내놓는 나라에서 그걸 막아줄 수 있으리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냥 이 문제를 이 모임 저 모임에서 의도적으로 거론하고, 작은 규모의 분위기를 자꾸자꾸 만들어내는 정도의 일을 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지, 그 외에 뭔가를 더 해야 하는지, 아님 그냥 여태껏 그래 왔듯 닥치고 숨어서 다가올 경쟁의 츠나미에서 각자도생의 길이나 모색하는 게 맞는 일인지, 결국 또 모르겠네. 링크 걸어 놓은 블로그들에 좋은 글들 많으니 이 쓰잘데기 없고 어두컴컴한 블로그에 오신 분들께서는 한 번 둘러 보시는 걸 추천드린다. -蟲-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