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드로스』의 지상에서 빛나는 아름다움이라든가 『파르메니데스』의 하나와 하나인 형상들과 하나인 것들의 그 모든 하나와 『소피스트』의 움직이면서 멈추어 있는 모든 것과 『국가』의 만물을 만물이게 하는 좋은 것 그 자체와 『티마이오스』의 가장 좋은 살아있는 세계의 본을 흔들리지 않고 가지런한 말로 풀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같은 것을 품고 있으나, 궁금해 하고 알아보고 찾아 다니는 것도 매 고비마다 자격과 허가가 필요하다. 우스갯소리로 석사과정에서 인간자격을 상실했다가 석사학위를 따면 그 자격을 회복하고 박사과정에 가면서 시민권을 포기했다가 박사학위를 받으면 시민으로 돌아오지만 그 때부터 비로소 잉여시민으로서 아무도 반기지 않는 비생산적 현학을 탐닉하다 굶어 죽는 것이 소위 '인문학도'의 인생역정 아니겠는가 하는 잡소리를 지껄였던 적이 있었는가 없었는가 싶다. Owen이 말한 아리스토텔레스의 'Focal meaning'이란 것의 단초랄까 Being을 말하는 여러 가지 방식이라든가 파르메니데스의 단편에서 중심으로부터 끝들로의 단일한 거리들과 그 전체와 부분들에 대한 플라톤의 이해라든가 뭐랄까 그런 걸 『소피스트』 독해에 적용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처음 했던 것은 분명 5~6년도 지났는데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Frede가 하는 얘기가 그런 얘기 아닌가 하는 지적을 받고 나니 한층 더 대단히도 지나보낸 시간이 허망하기만 하고 이제 난 그 때보다 더 무능하고 비열한 쓰레기가 되었는가 싶다. Frede는 지중해에서 술 쳐먹고 헤엄치다 뒈졌다는데, 아, 당신은 좀 넘나 멋진것.

똥은 화장실에서 싸야 하는데, 똥이 마렵기 때문에 똥을 싸지르는 것은 정의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백주대낮에 길바닥 한복판에서 설사똥을 싸지르는 쓰레기들이 넘실거리는 건 왜일까. 나는 똥이 마렵지만 어쨌든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는 똥을 싸지 않으려고 애쓰는 정도의 교양과 상식과 시민의식을 갖추고 있는데 '너는 왜 똥이 마려운가! 똥이 마렵다니 너는 노상방변의 혐의가 있구나! 개새끼구나! 쓰레기구나! 동네사람들, 이 새끼가 똥을 싸지르고 싶답니다, 글쎄! 세상에나, 말세네, 말세!'라고 꽥꽥거리는 미친 작자들은 또 왜 그러는 것인가. 남의 대장은 너의 것이 아니고 네 직장에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똥덩어리들은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인정투쟁을 벌일 권리가 없는 것이라는, 이 간단한 이야기를 왜 그리도 복잡하게 비비 꼬아가며 서로 똥던지기에 열을 올리는 건가. 최소한의 위선과 가식조차 갖추지 못하는 짐승새끼들은 좀 도려내고 가도 괜찮지 않나 싶다. 『프로타고라스』에서 그 유명한 프로메테우스 신화가 나오지 않나, 그 작자가 불도 주고 지혜(뭐 그냥 공학기술, 그러니까 우리 동료 철학도 여러분들께서는 플라톤의 가르침을 가슴에 품고 지금부터라도 기술을 배웁시다)도 주고, 그러고 나서도 짐승새끼들한테 쳐발리는 좆밥새끼들이라 제우스 킹왕짱께서 옜다, 먹고 떨어져라 하시며 모여 사는 데 필요한 기술, 정의와 수치란 걸 주시지 않았겠냐 말이지. 찌끄레기 쓰레기들 그래도 한 번 살아 보라고 도둑놈의 새끼 장물에 빈대붙은 싹통머리들한테 덤까지 쳐서 줬는데 그걸 발휘하지도 못하면, 어찌해야 하느냐 하면, 그런 건 살 가치가 없으니 죽여 버리라 하셨다 이거다. 사냥하는 짐승이 발톱과 이빨을 잃으면 뒈지듯이, 도망다니며 사는 짐승이 다리가 부러지면 역시나 뒈지듯이, 사람새끼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마땅한 일을 하려 애쓰지도 않으면 이 새끼 글러먹었구나 하고 모가지를 뎅겅 잘라 버려야 한다는 것이지. 아, 뭐, 그것도 번거롭고 그러하니 그냥 사회 밖으로 쪼까내서 뒈지든가 말든가, 우리는 우리끼리 하하호호 오손도손 잘 살아 보자는 거다. 방구석에서 좀비 내장 푸파팍 하는 거 보면서 낄낄항가항가하며 딸잡이를 하는 잉여새끼보다는 지하철에서 만만해 보이는 '여자'만 골라서 시비터는 노망난 개늙은이들을 죽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뭐 그런 관점에서, 화장실에서 똥을 싸는 것은 정의이나 길바닥에 침을 뱉는 것은 악이다, 뭐 그런 이야기. 아, 누구 말대로 싹 다 그냥 통 속의 뇌였으면 참 좋을는지도 모를 일이겄구나.

-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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